[특별기고] 가면

사람들 앞에 서야하는 공인인 남편을 둔 한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불평을 한다.  불평 내용은 남편이 평소에 타인에게는 너무나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며 사람들앞에서 가르치는 것을 잘 하는데 자신에게는 표현을 너무 안한다는 것이다. 아내의 불평을 들은 그 남편은 “내가 집에서라 도 편안해야지 안 그러면 어떻게 사냐?” 라는 말을 한다. 의도적이진 않았겠지만 공인으로서의 삶과 개인의 삶의 차이가 클 때 그것이 옆에 있는 누군가에는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가까운 가족에게 더 살갑게 잘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지 못할 수 있다.

가끔 이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상담 현장에서 만날 때가 있다. 남들에게는 잘하고 자신에게 못하는 남편으로 인해서 상처를 받은 아내, 밖에서의 모습과 가정의 모습이 너무 다른 남편을 고발하는 아내다. 아내들은 남편이 자신에게 보여주지 못한 사랑 표현과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남편을 아주 비정상적인 상처를 주는 나쁜 사람으로 이해한다. 그 남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칼 융의 ‘그림자’ 측면이 잘 들어맞는다. 외부에서 드러날 수 있는 긍정적 부분이 강화가 될 때 자신도 모르게 그 반대의 부분은 무의식적으로 많이 억눌러 있어서 무의식에 남게 된다는 그림자 이론이다. 위의 남편들은 공인으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이 인정받고 강화가 되다 보니 그 반대의 부분이 자신의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는 집에 오게 되면 자신의 무의식속에 있었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집에서는 더 이상 친절하지 않고 또는 더 이상 웃기지 않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인데 배우자는 그것을 위선으로 보기 보다 그 만큼 공인으로서 보여주어야 하는 주위의 요구에 맞추어서 살아와야 했던 배우자의 삶을 이해하는 눈으로 바라봐 줄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사람들은 어느 상황이 되어도 자신의 모습일 수 있으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적당한 사회적 가면을 쓰는 것에 익숙하다. 적극적인 아이가 얌전하게 행동했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을 많이 받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성향을 보이지 않고 친구들 앞에서는 조숙하고 얌전한 아이로 있으려고 하는 부분이 생겨나게 된다.  교회를 다니다 보면 교회에서는 왠지 욕을 하면 안 될 것 같고 더 친절한 표정과 더 친절한 말을 해야할 것 같이 느끼다 보니 교회에서는 더 착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으로 가면을 쓸 수도 있다. 한 여성분이 말하길 자신의 집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너무나 얌전하고 말을 별로 하지 않는데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자신의 딸이 너무나 활발하고 적극적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집 딸인 것 같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 여성분의 딸은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이 허용이 되지 않는 집에서는 얌전한 아이의 가면을 쓰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숨겨두었던 그림자의 모습을 드러내어 적극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육체적인 아름다움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능력이 있는 사람의 가면, 똑똑한 사람의 가면, 그리고 착한 아이의 가면과 같은 다양한 가면을 쓰고 살아가게 된다. 적절한 가면이 없으면 때로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고 제멋대로 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면을 잘 쓰지 못하고 눈치를 잘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때로는 학교에서 왕따 대우를 받게 된다.  어쩌면 현대의 사회는 가면을 쓰고 살기를 권유하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무 정직한 사람, 다른 말로하면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 사람이 상처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가면과 가면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클 때 사람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내면의 괴리감으로 힘들어하게 된다.

필자는 착한 아이의 가면을 오랫 동안 쓰고 살아왔다. 그러면서 자기 중심적인 이기적인 그림자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었다.  그것이 힘들었는지 누군가가 나를 너무 착한 사람으로 보면 마음으로 ‘나,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예요. 나를 그렇게만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요‘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기적인 그림자의 모습을 숨기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호주라고 하는 먼 곳으로 이사를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은 신과 달라서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조금씩 어떤 영역에서 신처럼 완벽하려고 하고 그런 모습을 타인에게 또는 내 자신에게 증명하며 보이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그 반대의 ‘그림자’의 모습이 더 커져서 앞에서 나오는 예와 같이 불균형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러므로 좀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가면을 벗고 한 쪽으로 치우쳐져 그려진 삶이 아니라 적절하게 조금은 자유롭고 망가진 삶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럴 때 무의식속에 눌려진 그림자가 폭주하지 않게 되는 결과가 오게 된다. 주위에 너무나 완벽한 사람을 보게 되면 우리는 부러워하게 되지만 그 사람이 완벽한 만큼 어쩌면 그 사람의 그림자가 깊을 수도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과도한 가면은 벗어버리고 적절한 가면을 쓰도록 하자. 그리고 그 에너지를 가까운 가족에게 쏟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강하게 붙잡고 있는 가면은 어떤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살짝 가면을 벗어보자.

특별기고자 :

Rev Dr. HUN KIM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대표/총장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