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가족 시스템

[특별기고] 가족 시스템

엄마는 유달리 약 드시길 싫어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약을 안 먹어도 건강하다” 고 하셨습니다.  그런 믿음 때문인지 실제로 엄마는 여든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약을 먹고 있는 것이 없으시고 건강하신 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버릇처럼 엄마가 하시던 말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필자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약을 먹고 나면 건강해지고 회복이 될 거야 라는 믿음이 필요한데  약을 먹을 때마다 왠지 불쾌감이 있고 긍정적 기대감을 많이 갖지 않게 되면서 의무감으로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건강 식품 조차도 인상을 찌푸리며 먹게 되는 나를 보면서 부모가 준 영향이 얼마나 오래가고 또 자녀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는 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한 후에 많은 배우자들은 상대 배우자를 바꾸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컴퓨터 게임을 좋아할 경우 결혼을 했으니까 이제는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배우자가 사람을 만나기 싫어하는 경우 어떻게 든 주말이 되면 바깥에 나가기를 요청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많은 배우자들은 자신이 노력을 해서 배우자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도전을 주면 배우자는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고 그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결국 변하지 않는 배우자로 인해서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내 배우자는 변하지 않을까요?’  라고 생각하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어떤 사람들은 배우자 변화시키기를 포기했다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배우자를 맞추어 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나의 혼자의 삶에서 나의 문제를 고치려고 할 때 내가 노력하면 바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있지만 결혼을 한 후 상대 배우자가 변하지 않는 것을 단순히 내가 노력해서 바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단순히 원인과 결과의 공식처럼 되어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우자와 내가 만나서 한 가정을 이룰 때는 그냥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난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살고 있었던 다른 가정에서 형성되어온 가치, 삶의 습관, 태도, 대인관계 양상 등을 그대로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 경우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난 것이 아니라 어쩌면 한 가정의 대표와 한 가정의 대표가 만난 두 가지 시스템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 치료에서는 가정은 단순한 가족 구성원의 합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그 가정 안에 형성되는 독특한 상호 작용 패턴이나 규칙이나 의사소통 방식과 같은 것들이 자리를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그것은 건강한 것이든 건강하지 않은 것이든 그 가정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작용해서 배우자의 변화는 생각보다 쉽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정의 문제는 나의 배우자야. 또는 문제를 일으키는 나의 아이야 라고 볼 것이 아니라  우리 가정 전체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보아야 하고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 지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을 때 가정의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가장인 남편이 컴퓨터를 너무 좋아한다고 할 때 무조건 컴퓨터를 많이 하는 것은 나쁘니까 그것을 하지 말아라 말하고 고치려고 하기 전에 그 문제가 어디로부터 왔고 지금 현재 가정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 지를 큰 그림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의 갈등을 많이 경험해야 했는데 어떤 때는 부모님 사이에 오가는 폭력까지 경험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두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 아이는 컴퓨터 게임에 몰입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도피 수단으로 또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컴퓨터 게임을 사용하였고 그 컴퓨터 게임이 삶의 즐거움을 주었던 위로였던 것입니다.  그러던 남편이 다시 컴퓨터에 몰입하게 된 것은 아내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였다고 합니다.  그 남편은 어린 시절 자신이 사용한 고통의 회피 방식을 그대로 현재의 결혼 관계에 가져와서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남편의 컴퓨터 중독의 문제를 고치라고 말하기 전에 어쩌면 남편과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하는 법을 먼저 익히는 것이 그 가정의 문제를 고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비슷한 경우는 많은 가정 가운데 일어납니다. 그래서 가정에서 ‘문제아’ 라고 불리는 사람은 그 사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가정 안에 있는 역 기능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그 문제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의 문제를 바라볼 때, 문제 자체를 가진 사람을 바라보기 보다 우리 가정 안에 있는 상호 작용 간에 나타나는 역 기능적인 문제를 볼 수 있으면 문제의 답을 훨씬 더 잘 찾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것 중에 하나가 내가 태어난 원가정에서 형성된  규칙이라던가 삶의 습관이라던가 또는 대인관계 패턴을 내가 아직도 가지고 있으면서 은근히 그것을 내 자신과 내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요구하면서 힘들게 하고 있지 않은가를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안 전체가 명문 대학 출신이라고 할 때 나도 모르게 우리 자녀에게도 그것을 기대하면서 암묵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진 않은 지 그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 지 또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서 완벽해야 해’ 하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던 엄마의 교육으로 인해 집안일을 잘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 해야 한다고 자신을 닦달하면서 가족들까지도 완벽한 집안 생활을 요구하고 있진 않은 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가정은 적절한 규칙과 적절한 융통성을 가지고 유기체로서 성장해 가는 가정입니다. 규칙을 세우지만 융통성 있게 적용할 수 있고 가족이 발달하면서 바꾸어질 수 있는 규칙을 적용하는 가정입니다. 그리고 엄마로서 아빠로서 기본적인 역할들을 수행하지만 필요하다면 그 역할들을 조정할 수 있는 가정입니다.  아직도 내가 태어난 가정에서 배웠던 방식대로 내 삶을 여전히 살아가고 있고 배우자에게 그것을 강요하고 있다면 이제는 그것을 내려놓고 새롭고 건강한 그리고 융통성 있는 우리 가정에 맞는 시스템을 세워 나가야 할 때입니다.

특별기고자 :

Rev Dr. HUN KIM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 총장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