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가야하고 유치원을 가야 하는데 가지 않으려고 하고 부모님께 무지하게 매달리는 아이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엄마가 떠나면 몇 시간씩 울면서 힘들어 하는 아이들 그리고는 유치원에서 한 선생님에게만 집착하는 아이 또는 교문 앞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이다.
돌아보면 필자로 어린 시절에 엄마의 치마를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였다. 살기에 버거워 아이들의 정서에 관심이 많이 없었던 부모님들은 필자가 울면 그냥 떼를 쓴다고 여기면서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고, 때로는 매를 들어서 학교를 가게 하거나 어떤 때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학교에 가곤 했었다. 그런데 한 번도 부모님은 왜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어떤 두려움이나 염려가 있는 지를 물어보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 당시 필자의 경우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선생님의 체벌이었다. 조금만이라도 지각을 해서 학교에 가면 무서운 선생님이 교문 앞에 서서 야단을 칠 것이 두려워 등교 시간이 조금 늦어질 것 같으면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부모님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그 때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예기 불안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입학식 때부터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소위 지금은 이런 양상을 ‘분리 불안 장애’라고 이야기하며 이 부분을 심도 있고 세심하게 다루고 있지만 70년도 후반,80년도를 살아온 초등학생들은 그런 것에 대한 존중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어제는 7학년이 막된 우리집 막내가 갑자기 교회를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절대로 빠지면 안 된다고 하는 철저한 신앙 교육을 받고 살았던 필자는 옛날 부모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교회를 안가는 것은 절대 안되지, 꼭 가야 해! 이 아이가 믿음이 없네!”라고 판단을 하면서 부정적 반응을 할 수 있었지만 다르게 “00야, 뭔가 힘든 일이 있나 보네, 무엇 때문에 안 가고 싶어?”라고 물어주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교회를 가지 않겠다는 이유가 약간은 엉뚱하고 단순한 것이었다. 교회에서 제비 뽑기를 해서 성경의 한 부분을 발표하라고 하는데 자신이 당첨이 되고 그것이 너무나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평소 남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아이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교회를 가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 보다는 부담스러운 발표를 하지 못하겠다고 선생님께 연락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막상 아이는 그리고 나서 마음이 가라앉았고 발표를 하는 날짜가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일단은 선생님께 연락도 드리지 않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다.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도, 교회를 가지 않겠다는 아이도 나름대로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데 어른들이 보기에 그 이유가 너무나 단순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실질적인 어려움이고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수 있기에 그 이유를 잘 파악하고 세심하게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평소에 부모로부터 존중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그런 자신의 어려움을 편하게 부모님에게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또 때로는 다른 이유를 들어서 부모님에게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에게 요청했을 때 들어줄 만한 이유를 만들어서 요청하는 것이다. 한 아이는 부모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악기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는 것을 보고 홧김에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말하며 그만두고 싶다고 표현을 했는데 평소에 학교 교육에 회의를 가지고 있던 부모님은 너무나 쿨 하게 학교를 그만 두게 해서 아이는 당황을 했는데 말을 못하고 그만 학교를 그만 두게 된 사례가 있다.
최근, 우리 집에 재미난 일이 하나 있었다. 주말 아침에 부엌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화가 나 있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 하루 전에 아들이 온 가족을 위한 저녁을 만들었는데 남은 음식을 가족들에게 주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 놓고 그릇 뚜껑위에 “00 것. 손대지 마시오” 라고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에 남은 음식이 없어서 늦게 온 막내와 막내의 친구들은 라면을 먹었는데 아침에 보니 냉장고에 아들이 만든 파스타가 많이 있는데 손을 못 데게 한 것이다. 남편에게는 아들의 행동이 이기적으로 보였고 자신만 생각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나도 솔직히 이해가 안 되지만 화를 내기 전에 상황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서 지나가는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알게 된 사실은 어제 만든 파스타는 인기가 좋아 다 먹었고 아침에 남편이 발견한 파스터는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것이고 그릇에 쓴 글씨는 어제 쓴 것이 아니고 오래 전에 기록해 남아 있던 글자였는데 하필 글자가 쓰여진 그릇에 파스타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부모들이 자녀를 키울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아이들의 동기에 대해서 부모의 입장에서 쉽게 판단해 버리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관계에도 해당되는 부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의 동기가 어떠한 지, 어떤 이유로 인해서 아이는 그런 선택을 하기 원하고 그런 행동을 하는 지를 파악하기 전에 아이들의 동기를 판단해 버리는 우를 범치 말아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고 아이의 동기와 이유를 들어보려는 열린 태도가 아이의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지혜를 갖게 한다.
특히, 분리 불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마음이 약하고 부모님 과의 감정적 분화가 되지 않고 자율성과 독립성을 잘 배우지 못한 아이일 가능성이 많음으로 작은 일에 아이가 독립적인 행동과 결정을 내릴 때 칭찬을 해주고 의존적이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는 무시하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조금씩 사다리를 올라가듯 불안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는 단계별 적용과 건강한 자아감을 갖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완벽한 부모가 불안하지 않은 자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는 부모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 아이가 불안한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안정된 자녀가 되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함부로 자녀를 판단하지 않고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들어보자“라는 태도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그 안에서 참 좋은 부모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특별 기고자 :
Rev Dr. HUN KIM (김 훈)
호주기독교대학 총장/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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